인생, 버킷 리스트/누나 이 책 어때?

4월의 독서 기록

보스턴돌체씨 2020. 5. 3. 10:37

4월에는 총 8권의 책 (전자책 3권, 오디오북 5권)을 읽었다. 이번 달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은 실리콘벨리 스타트업 테라노스의 몰락을 그려낸 <Bad Blood> 와 출간을 손꼽아서 기다렸던 <The Book of Longings> 이다. 

 

  1. Serpent & Dove (Shelby Mahurin) ★★★★☆
  2. Bad Blood: Secrets and Lies in a Silicon Valley Startup (John Carreyrou) ★★★★★
  3. 타로로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자연) ★★★★☆
  4. Normal People (Sally Rooney) ★★★★☆
  5. The Honey Bus (Meredith May) ★★★★☆
  6. The Gentleman's Guide to Vice and Virtue (Mackenzie Lee)★★★☆☆
  7. The Book of Longings (Sue Monk Kidd) ★★★★☆
  8. 피어클리벤의 금화 1 (신서로) ★★★★

 Serpent & Dove (Shelby Mahurin) 🎧 

별점은 4/5 

600 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에 걸맞게 세계관을 아주 조심스럽고 천천히 쌓아올리는 초반부는 조금 지루했지만 그 후부터는 아주 재미있었고 흥미롭게 끝났다. 

 

주인공은 16살 마녀 루와 마녀를 사냥하는 기사단 일원인 리드이다. 책의 중요한 반전이 되는 출생의 비밀로 인해 루는 자신이 살던 마녀 공동체에서 도망쳐서 인근 마을에서 숨어지낸다. 마녀들의 지도자인 생모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반지를 훔치는 과정에서 리드에게 노출된 후로 일이 복잡해졌다. 명예를 위해, 보호를 받기 위해 리드와 루는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크고 작은 말다툼과 계속 이어지는 사건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리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사랑의 달콤함도 찰나. 루가 마녀라는 것을 알게 된 리드는 그녀를 차갑게 내쳤고, 자신의 말을 후회했을 때 루는 이미 생모에게 납치당해서 제물이 될 운명이 되었다. 루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리드가 아버지처럼 존경하던 기사단장이자 추기경의 숨겨진 비밀도 알게 되고, 생각치도 못했던 리드의 능력도 알게 되는 것으로 끝났다. 

 

올 9월에 후속편이 나온다고 하는데 기다려진다.

 

Bad Blood: Secrets and Lies in a Silicon Valley Startup (John Carreyrou) 🎧

별점은 5/5. 이번 달에 가장 재미있었던 책이다. 

범죄 스릴러 영화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실화이다. 단 한 방울의 피로 수백 가지 건강 검사를 할 수 있다고 공언했던 실리콘벨리 스타트업 테라노스와 창립자 엘리자베스 홈즈의 거짓된 약속과 비리를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 존 캐리루가 정보를 모으고 파헤진다. 

 

미국 최고의 로펌을 앞세우고, 정치권과의 친분을 앞세워서 협박하고 감시하고 미행하는 등 온갖 힘들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캐리루는 굴하지 않고 자신이 찾은 놀라운 스캔들을 세상에 폭로한다. 

 

>루퍼트 머독, 헨리 키신저 등과 같은 유명인들은 물론 많은 투자자들이 다 속아 넘어간 놀랍도록 대담한 (또는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엘리자베스 홈즈의 사기극은 한국을 들썩였던 황우석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타로로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별점은 4/5

자가 격리 권고 기간동안 오랫동안 관심이 갔던 타로 카드 독학을 시작했다. 앞날을 예언하는 도구로 타로를 접근하는 것에도 흥미가 있긴 하지만 심리 상담의 한 부분으로도 타로가 사용된다는 것에 호기심을 느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작가가 유학 생활하는 동안 외로움을 많이 느꼈는데 사람들과 쉽게 말하기 위한 취미 생활로 타로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에 동질감을 느끼고 구입하게 되었다.

 

메이저 카드 21장을 카드 속 주인공이 여행을 하면서 겪는 21가지 사건으로 풀면서, 타로 카드 삽화와 카드가 가지는 느낌을 쉽게 접근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Normal People 🎧

별점은 4/5. 훌루 오리지널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처음 몇 장을 읽자마자 뭐라고 콕 찍어서 말할 수 없지만 미국 감성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보니 역시나 아일랜드 작가 작품이었다. 몰입해서 책을 읽었지만, 솔직히 이 책은 정말 좋아하거나 아무런 감흥을 느끼즌 못하는 상반된 평가를 받을 것 같다. 

 

이 책은:

    • 두 젊은 남녀 이야기이다. 
    • 러브 스토리지만 로맨스가 없다. 
    • 적나라한 성관계 표현이 있는데 이상하게 야하지가 않다.
    • 내용이 쉬운 듯 쉽지 않다. 쓰여진 영어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기-승-전 플롯 대신 주인공 코넬과 메리앤의 관계에서 중요한 순간을 그냥 나열하고 있기 때문인 듯. 목차를 보면 "삼 주 뒤" "육 개월 뒤" "오분 뒤" 이런 식으로 되어 있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두 남녀의 관계가 메인 스토리인데도 불구하고 중간에 무슨 일을 경험했고 어떻게 성장했는지 하나도 알 수가 없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지만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아웃사이더, 그리고 메리앤이 자신을 무시할까봐 혼자 전전긍긍하며 속마음을 열지 못하는 코넬. 풍족한 생활을 하고 대학교에서 인싸가 되었지만 자기 파괴적으로 자존감이 낮아서 나쁜 남자 친구들만 사귀게 되는 메리앤. 서로의 소울 메이트 같은 두 사람이지만 이상하게도 정말 사소하면서도 치명적인 것들로 균열이 계속 일어나고 접점을 이루다가도 다시 멀어지는 이야기이다. 

 

이탈리아에 별장이 있을 정도로 부유하지만, 집에서 학대에 가까운 취급을 받는 메리앤은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로 괴롭힘을 당한다. 이런 메리앤의 집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엄마를 픽업하러 들락날락하던 코넬은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관계를 만들었고 이 때부터 그들의 만남과 헤어짐이 시작된다. 

 

메리앤과 점차 깊은 사이가 되어가지만 교내 평판이 두려워서 프롬에도 함께 가지 않는 코넬의 행동에 둘을 헤어진다. 같은 트리니티 대학교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그들은 이번에는 정상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나 싶었더니, 자신의 경제적인 사정을 속시원하게 밝히지 못한 코넬로 인해 메리앤은 오해하고 둘은 또 헤어진다. 돌아돌아서 둘은 다시 만나게 되고 드디어 서로를 사랑한다는 얘기까지 하게 되지만 뉴욕 석사 과정에 합격한 코넬로 인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약간 찜찜하면서도 안타까운 상태로 책은 끝이 난다. 

 

수재들만 모인 트리니티 대학을 다니는 두 주인공은 겉으로는 아주 멀쩡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메리앤은 오빠로부터 받은 정신적 폭력과 그것을 묵인하는 엄마 사이에서 생활한 탓에 자존감이 낮아서 이상한 남자 친구들만 꼬이고, 코넬은 운동도 공부도 잘해서 인기도 많은데 혼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아무런 이유없이 자신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강하지 않은 내면의 세계를 갖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현실이 다른 것처럼, 평범한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신적 내면적 방황을 겪는 두 남녀의 모습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동명의 훌루 드라마도 조만간 날 잡고 볼 생각이다. 

 

The Honey Bus (Meredith May) 🎧

별점은 4/5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자가 격리하고 있는 비현실적인 요즘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논픽션이나 회고록이 잘 읽힌다. The Honey Bus는 할아버지와 꿀벌과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회고록으로 작가는 오랫동안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다가 가업을 5대째 이어가고 있는 양봉업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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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에게 머리를 여러 번 쏘여서 아팠던 추억에서 시작한다. 부모의 이혼으로 로드 아이랜드에서 외갓집이 있는 캘리포니아로 엄마, 남동생과 함께 당시 다섯 살이던 작가는 이주한다. 그후 6-7년동안 엄마는 이혼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방에서 나오지 않는 폐인으로 지내고 아이들을 거추창스럽게 여긴다.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폭언과 구타를 당해도 자신의 시간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윽박지르고 협박해서 볼링장에서 쫓져가는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로 몹시 이기적인 엄마이다. 

 

이런 엄마와 엄격하기만 한 외할머니로부터 정신적인 학대를 당한 저자가 유일하게 따뜻한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낡은 군대 버스를 개조해서 만든 양봉장에서 외할아버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다. 꿀벌들이 붕붕거리는 소리와 수많은 육각형으로 된 벌집을 보면서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ㅍ외할머니와 엄마로부터 심한 정신적 학대를 당하던 어린 시절은 사소한 디테일까지 촘촘하게, 어른들로부터 자기 스스로를 지킬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는 굵직하고 듬성하게 구성한 구조도 좋았다. 

The Gentleman's Guide to Vice and Virtue 🎧

별점은 3/5

예전에 읽다가 그만 뒀던 책인데 자가 격리 기간을 기회로 다시 한 번 도전했다. 18세기 영국 상류층 자제들의 '그랜드 투어' 가 시대적 바탕이긴 하지만 내용 자체는 현대물에 가깝다. 공부보다는 술과 노는 것에 관심이 많은 바이섹슈성 남자 주인공이 끊임없이 사고를 치는데도 웬지 밉지가 않다. 

 

빤한 스토리 설정이라도 계속 읽고 싶어지는 책도 있는데, 이 책은 그 정도까지 위트가 넘치진 않았다. 하지만 후속작이 두 권이나 더 나온 것으로 봐서는 출간 당시에는 괜찮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다. 

 

The Book of Longings (Sue Monk Kidd)

별점은 5/5.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을만큼 흡입력 강한 책이었다.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던 책이었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책에서 손이 떨어지지 않아서 하루만에 다 읽었을만큼 흡입력이 강한 책이다. 1세기 갈리리와 이집트를 배경으로 가상 인물과 실존 인물이었던 인간 예수가 나온다. 부잣집 외동딸인 안나는 자신의 목소리와 의견을 잃지 않는 당찬 여성으로 가난한 목수 예수를 우연히 만나고 깊은 사랑에 빠진다. 그와 결혼하기 위해 집과 연을 끊은 안나와 그녀를 존중하고 진심으로 아끼는 예수의 모습은 종교적인 렌즈를 통해 본다면 신성 모독이겠지만 소설로써는 참으로 수려하고 아름다웠다. 

 

인간 예수의 페미니스트 아내 안나의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 소설은 많은 리서치를 통해 시대적 고증은 물론 토대가 아주 탄탄하다. 이 점에서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와는 굉장히 다른 느낌으로 왜 이런 중요한 인물이 사라졌는지에 대한 질문에 좀 더 실제적이고 합리적인 작가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었다. 

 

I've been excited about <The Book of Longings> for a long time and finished in one sitting. Sets in first century Galilee and Egypt with a fictional character and historical (not theological) Jesus. 

 

This masterful story is well-researched and boldly plotted, bringing in a spirited, ambitious character to life. 

 

피어클리벤의 금화 1 (신서로) 

여가를 위한 국문책 구입은 신중을 기하는 편이다.  브릿 G 에 체험판이 있다고 해서 읽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괜찮아서 리디북스에서 구입했다. 

 

판타지 소설은 말보다는 행동 묘사가 더 많은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시작부터 신선했다. 용의 한 끼 식사로 잡혀온 주인공 울리케 피어클리벤의 합리적인 판단과 논리적인 언변을 통해서 죽음의 위기를 모면하고 작고 가난한 영지에 강력한 용의 협력까지 이끌어낸다.  용, 드워프, 엘프 등이 나오긴 하지만 재물의 흐름과 부를 어떻게 이뤄 나가는지에 대한 경제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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