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 /지구별 사파리

코로나 시대의 일과 삶: 서울 한달살기 #57 (feat 판교 현대백화점 효)

보스턴돌체씨 2021. 1. 23. 10:38

아빠와 선릉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역삼역으로 착각한 덕분에 아침부터 땀내면서 걸었다. 생각보다 오렌지 라이프 생명 강남 고객 센터에서 시간이 오래 걸렸고 내가 늦은 탓에 주차 요금 1000원이 나왔다. 앞으로는 항상 떠나기 전에 지도를 한 번 더 봐야겠다. 

 

다 끝나고 나니 점심 시간이라 아빠와 판교 현대백화점으로 향했다. 아빠가 즐겨 가신다는 효에서 아빠가 추천한 명란우니 볶음면을 맛있게 먹었다. 명란이 소스에 풀어져 있어서 소스까지 다 긁어 먹었더니 저녁까지도 배가 불렀다. 

 

점심 후에는 기기변경을 위해 카톡 백업을 원하시는 아빠를 위해 본가로 함께 향했다. 중간에 외출하신 아빠가 돌아오신 후에는 같이 삼성 고객 센터를 방문해서 기기변경과 데이터 백업을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새로운 기기가 출시된 날이라 유달리 사람이 많아서 기다림 포함해서 약 2시간 정도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힘들어하시는 디지털 백업을 도와드릴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한창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활발히 일하고 계시지만 변화의 속도에 슬슬 버거움을 느끼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힘듬이 예상되지만 5-6년 안에는 아빠가 계시는 곳 가까이로 이동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보스턴 돌아간 후에는 커리어 코칭도 받고 플랜도 세우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마음이 아렸던 두 부분을 기억하고자 여기에도 남긴다.

    • 예전에는 [새로 출시된 핸드폰으로] 마음껏 바꾸고 사람들에게 알려주곤 했는데..이젠 그것도 하지 못하게 됐어. 
    • 해외에 사는 것이 더 많은 기회를 준다고 생각해서 (자식들을) 다 보냈는데 이제는 그 결정이 과연 잘한 것인지 생각해 볼 때도 있어.  다들 너무 멀리 있어서 말이야. 

10대에는 소설을, 20대에는 비소설을 좋아했는데 30대가 되니 에세이가 좋아진다. 이름을 떨치면서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희망했던 나이 구간이 끝나고, 용 머리도 뱀 꼬리도 아닌 어떤 파충류의 군살로 사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생긴 관심의 변화라고나 할까. 98%의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현실을 이해하고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지가 궁근해졌다. 

 

이번에 서울에 나와서 우연히 접하게 된 한수희 작가. 적당히 궁상맞고 적당히 인생과 타협하지만 자신의 두발로 단단하게 서 있는 속이 알찬 분이라는 것이 글에서 고스란히 다 드러나요. 또, 은근히 자신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지방'이 가득 낀 에세이들 사이에서 이래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담백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적은 것이 참 신선했다. 유달리 나만 시시콜콜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참 힘들었는데 이 분 에세이를 읽으면서 위안도 많이 받았다. 

한수희 작가 블로그: 

 

낡은 집에 사는 여자 : 네이버 블로그

딱히 즐거울 건 없지만, 딱히 즐겁게.

blog.naver.com

인터뷰: 

 

한수희 “이야기처럼 읽히는 에세이를 쓰고 싶었죠” | YES24 채널예스

‘숨의 길이’가 길면 더 빨리 달려도 오랫동안 꾸준히 계속 할 수 있겠지만, 저는 굉장히 숨이 짧은 편이거든요. 그런데 길이를 억지로 늘일 수는 없잖아요. 그럴 때는 자기 숨의 길이에 맞춰서

ch.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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