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번째 감사일기
하나.기다림의 시간은 참으로 더디다. 7월인데 여전히 클로징 날짜도 모르고, 현재 렌트 집도 붕 떠있고, 서울에는 가지도 못하고, 연말 항공권을 사도 되는지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 이번 달 말이면 절반은 해결되겠지만 지금은 이도 저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짜증이 난다. 몇 년동안 마시지도 않았던 소주가 생각날만큼.
그래서일까? 요즘은 자주 졸립다. 자고 일어나면 시간이 빨리 가기 때문이다. 아빠가 힘든 시기를 보내시고 계셨을 때 집에만 오면 그냥 누워서 잠만 주무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 때 많이 힘드셨나보다. 종류는 전혀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힘든 구간을 지나고 있어서 그런지 그 때 그 시절 아빠 모습이 생각난다. 신경은 많이 쓰였지만 힘이 많이 되어 드리지 못했는데....아빠도 그 때의 나처럼 생각은 해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다. 과연 이렇게 힘들고 지치고 결과도 모른채 참아야 하는 삶은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일까?
둘. X 덕분에 <진격의 거인> 정주행했다. 세 가지 키워드는 자유, 우정 그리고 사랑. 이번 롱 위켄드는 <진격의 거인>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작했을 때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큰 세계관이 중반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난 현실에서 사랑의 존재를 한없이 무시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유니콘 같은 true love를 갈망한다. 그래서일까 이 거대한 이야기에서 2컷에 불과했던 앨런의 미카사에 대한 마음이 나온 부분이 유달리 가슴에 선명하게 남는다.
셋. 인스타그램을 보니 친구 H가 한국에 간 듯 하다. 자가격리 2주를 감행하고도 간 것을 보면 그리움이 많이 쌓였나보다. 독수리가 되어서 여기서 뿌리 박고 잘 사는 것처럼 보여도 다들 집(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 것 같다. 완전히 정착한 사람도 이런 마음이 가시질 않는데 내가 이렇게 절절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넷. 구름 위를 떠돌다가 현실로 고꾸라지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거듭한다.
다섯. 가슴이 따뜻해지는 블로그 비밀 댓글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중략) 매번 소리없이 방문만 하다가 오늘은 웬지 돌체님 글을 읽고 종종 위로를 좋은 기운을 받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