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로건 공항에서 상하이로 가는 직항 노선을 유일하게 운영하는 것은 중국 하이난(해남) 항공이다. 하이난 항공은 타 본 적이 없을 뿐더러 탑승 후기도 많지 않아서 이번 기회에 한 번 이용해보기로 했다.
중국 본토의 대형 4대 항공사로 중국 항공사 중 최초로 서비스 5성을 받았다는 것은 이들의 간판 마케팅 전략이다.
보스턴에서 상하이로 갈 때는 보잉(Boeing) 787-9 드림라이너 (Dreamliner)를 탔다. 하이난 항공이 최근에 구입한 기종으로 총 3대의 드림라이너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비지니스석은 1-2-1 배열이 되어 있어서 일인 공간이 좀 더 쾌적해지고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이 새롭게 도입되었다.
실제로 내가 앉았던 비지니스석 K 열은 두 개의 창문이 있고 누에고치 모양의 쉘이 있는 1인용이었다.
앞 쪽으로는 부피가 꽤 있는 블랭킷이 가지런히 놓여있고 슬리퍼와 에비앙 물도 셋팅되어 있었다.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모든 것이 아주 깨끗했다.
짐 정리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전담 승무원은 간단한 음료와 함께 메뉴와 와인 리스트를 갖다 줬다. 장시간 항공 중에는 물을 많이 마시고 음식은 최대한 조금 먹는게 시차 적응에 빠르긴 하지만 항상 마음처럼 쉽게 되지는 않는다.
중문 메뉴 후에 나오는 영문 메뉴 페이지. 항공 중 언제든지 원하시는 시간에 식사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애피타이저와 메인 메뉴는 중식 2개 양식 2개로 선택 옵션이 있었고 아침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시킨 것은 버섯 수프, 진저 드레싱 샐러드, 사천 페퍼 소스로 조리된 비프 메인 요리였다.
일단, 식전 빵이다. 면보에 다양한 종류의 빵이 따뜻하게 나왔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으나 올리브유에 발사믹 소스도 제공되었다.
메인 요리였던 사천식 페퍼 소스 비프. 부채 모양의 플래이팅이 새로웠다.
저녁 식사가 끝나자 승무원이 하나씩 나눠준 것은 바로 파.자.마. 보다 쾌적한 수면이 되도록 잠옷을 나눠주는데 갈아 입는 것은 화장실에서 해야한다. 입은 잠옷은 기념으로 가져가도 된다고 써있다.
7시간인가 쓰러져서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시켜본 기내 간식은 하이난 항공 시그니처 소스에 졸인 새우꼬치. 기내에서 나오는 것이라 매콤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맛이 살아 있었다.
장시간 비행에는 엔터테이먼트 셀렉션이 정말 중요한데, 아쉽게도 너무 별로였다. 간식 먹고 영화 한 편보고 다시 잠들었다가 받은 아침상은 콘지(congee)와 딤섬이었다. 콘지는 홍콩 스타일 죽 요리로 소박하지만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영양식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조식이 바로 이 중화식 콘지이다.
콘지는 그냥 먹어도 되지만 다양한 토핑을 취향껏 넣어서 먹으면 맛도 좋아지고 더 든든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토핑은 솔티드 에그 (salted egg), 중국식 기름 꽈배기 유타이오(youtiao), 실란트로(고수), 파, 절인 생강, 러우쑹 등인데, 거의 다 있어서 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콘지 자체가 많이 식어 있다는 점이 좀 아쉬웠다.
장점:
-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는 중식 2, 양식 2로 꽤 다양한 편이었고 플레이팅도 신경써서 하는 느낌을 받았다.
- 중국 차가 골고루 구비되어 있었는데 내가 정말 좋아하는 푸얼차도 있어서 좋았다.
- 담당 승무원이 승객 한 명 한 명을 직접 찾아와서 반겨주는 서비스도 좋았다.
단점:
- 항공 연맹 (스카이팀, 스타 얼라이언스, 원월드)가 되어 있지 않아서 원래 사용하던 주력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에 도움이 안 된다.
- 중국인 승객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영어를 편하게 하는 승무원이 많이 없다. 아주 간단한 것은 알아 듣지만 종종 다른 메뉴를 가져오긴 했다.
- 장기간 비행에서 엔터테인먼트 (기내 영화 등)은 너무 중요한데 볼만한 영화가 너무 없었다. 최신 영화가 말리피센트 2 하나 있었던 것 같다.
- 기내 와이파이가 없다.
- 갈 때는 신기종인 드림라이너로 쾌적했지만 돌아올 때는 오래된 기종을 탔는데 역시 많이 불편했다.
총평 (3.5/5)
- 항공 연맹 마일리지 적립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너무 커서 부득이하게 타야할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찾아서 타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