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따뜻함보다 겨울의 추위가 더 많이 남아 있는 보스턴의 4월.
다가오는 봄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된 보스턴 미술관 봄 연례 행사인<Art in Bloom (아트 인 블룸)>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름에서 짐작이 가능하듯이 미술 작품과 플라워 어레인지먼트가 어우러지는 특별한 행사이다. 약 450,000 점이 넘는 미술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보스턴 미술관의 모든 작품이 플라워 어레인지먼트와 매치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매 년 약 50점의 작품이 새롭게 선정된다. 작품이 선정되고 나면, 참가 신청을 한 매사추세츠 주 가든 클럽들이 모여서 뽑기를 통해서 매칭이 된다.
평상시에는 작품 설명만 하는 미술관 도슨트 한 명만 그룹 투어를 진행하는데 이 기간동안에는 플라워 어레인지먼트를 설명해주는 도슨트와 짝을 지어서 투어를 운영한다.
꽃으로 표현될 작품을 그림이나 조각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관에서는 영국 식민지 시대에 유행했던 가구가 선정되어 플라워 어레인지먼트와 매치된 것을 볼 수 있었다.
보스턴 미술관 1층에 있는 아시아 미술 갤러리 맨 끝에 한국관이 있다. 2019년도에는 자개 보석함이 선정이 되었는데, 섬세한 라인과 파스텔톤의 꽃들 그리고 버들나무 가지를 통해서 표현한 플라워 어렌지먼트를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2019년도 <아트 인 블룸> 베스트에 속하는 작업이다. 밝은 오렌지 컬러의 현대 항아리는 정말 쉽지 않았을텐데 컬러도 잘 살리고 무엇보다도 이국적이고 질감이 잘 살아 있는 꽃으로 올록볼록한 항아리의 표면을 잘 표현했다.
1층 메소포타미아 관에서는 손바닥보다도 작은 조각이 선정되었는데 이를 표현한 플라워 어레인지먼트는 대형 사이즈였다. 재료인 금을 연상시키는 노란색 꽃은 물론 컨테이너(화병)도 골드톤으로 맞춘 섬세함이 눈에 띈다.
갈 때마다 방문객은 많이 없지만 미국관 지하 1층에 위치한 남아메리카 갤러리는 정말 흥미롭다. 그래서인지 이 갤러리에서만 3개의 작품이 선정되었는데 그 중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세 점의 접시들.
이 접시들을 뽑은 가든 클럽은 참으로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창의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다.오렌지 컬러톤은 꽃으로 맞추고 접시 안의 문양들은 가지와 부자재로 표현했다. 모던한 그릇이라 현대적인 느낌의 사각 컨테이너를 사용했다.
1층 아시아 아트 갤러리는 내가 여기서 일하는 동안 담당했던 곳이라 항상 편애하게 된다. 표현할 것이 너무 많았을 이 부조를 이렇게 깔끔하고 단정하게 해석한 것이 참 마음에 들었다.
3일에 걸쳐 진행되는 이 행사는 주로 4월 말에 하고, 이 기간에는 정말 많은 관람객이 찾아오니 가급적 아침 일찍 가는 것이 좋다. 또한 보스턴 미술관에서 정말 인기가 많은 갤러리 중 하나인 250호가 (일 년 중 유일하게) 카페 공간으로 변신한다. 명화에 둘려 쌓여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흔한 것이 아니니 반드시 경험할 것을 추천한다.
올해 아트 인 블룸 날짜는 5월 2일-4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