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초 중국 출장 갔을 때 우한 지역에서 발생한 폐렴 정도로 생각했는데, 미국으로 돌아오자 마자 중국에서 갑자기 확산되고 한국에도 퍼지고 아시아 전역으로 번지더니 미국에도 상륙했다. 기술이 발달하고 비행기 여행이 잦은 현대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도 할 수 있겠다.
현재 필자가 살고 있는 보스턴은 뉴욕, 엘에이 등에 비하면 작은 도시이긴 하지만 그 규모에 비해 국내외를 오고 가는 유동 인구가 많은 편이라 결국 한 번 시작되니 눈덩이 처럼 사태가 악화되고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이 숨가쁘게 진행되었다.
3월 10일 (화) - 휴가 중이던 매사추세츠 주지사 찰리 베이커가 State of Emergecy 긴급 상황을 선포했다.
3월 10일 (화) - 미국 대표적인 칼리지 타운인 보스턴/캠브리지에서 하버드와 MIT에서 봄방학 이후 대면 수업을 중단하고 전면적으로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하버드의 경우, 귀국을 할 수 없는 일부 외국인 유학생만 캠퍼스에 남을 수 있게 허용하고 기숙사를다 비우라고 하는 강력한 예방 조치를 취했다. 이 발표가 나자마자 노스이스턴, 에머슨 칼리지, 보스턴 칼리지 등도 하나 하나씩 온라인 강의로 전환한다는 것을 밝혔다.
3월 11일 (수) -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을 제외한 유럽에서 출발하는 여행자들의 미국 입국을 제한한고 발표했다.
3월 13일 (금) -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대응 국가 비상 상태를 선포했다.
3월 13일 (금) - 보스턴 시장 마티 월시는 4월 17일 예정이었던 보스턴 마라톤을 9월 14일로 미룬다고 발표했다.
과장 한 스푼 보태서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정보에 따라서 회사 메모도 숨가쁘게 업데이트 되었고 매일같이 긴급 대면 미팅이 시작되었다. 월요일 스텝 미팅에서는 재택 근무를 하게 될 수도 있으니 준비하라고 했는데 수요일이 되자 재택 근무가 거의 확실시 되면서 긴급 트레이닝이 시작되었다.
줌(Zoom), MS Team을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부서 전 직원이 필수로 긴급 트레이닝에 참여하게끔 했다. 너무 바빴던 이틀이 지나고 금요일이 되자 온라인으로 타운홀 미팅이 있었다. 월요일부터 긴급하게 나왔던 공지들을 다 정리해서 다시 짚어준 후에 라이브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꽤나 혼란스러워했던 미국 동료들은 타운 홀 미팅이 끝나자 갑자기 안정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더니 생각보다 더 차분하게 재택 근무 준비를 시작했다. 필자 회사는 다음주 월요일 3월 16일부터 4주동안 재택 근무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대응 국가 비상 상태로 한 시간 정도 일찍 나와서 집 근처 트레이더 조로 향했는데 깜짝 놀랐다. 보스턴 생활 8년동안, 눈폭풍, 보스턴 마라톤 폭탄 사건 등 사건 사고를 많이 겪었지만 이렇게 완전하게 전멸이 된 모습은 처음이었다. 기상 악화는 기약이 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언제 끝난다는 소리가 없으니 사람들이 더 불안해학 조급해지는 것 같다.
사재기가 일어났음이 확실시되는 냉동 식품 코너.
채소/과일 코너도 거의 완전하게 클리어 되었다. 감자나 고구마 같이 오랫동안 저장이 가능한 구황 작품을 사볼까 했는데 다들 같은 생각인지 진작 다 나갔다고 한다.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당연하게도 파스타/빵/계란/우유 코너는 이미 깨끗하게 다 비어있었다. 2주치 식량을 마련해두는 것을 권고해서인지 다들 많이 쟁여두기로 한 것 같다. 그 때 그 떄 신선한 식품 위주로 조금씩 장을 보는 필자는 한동안 그로서리 쇼핑 패턴을 바꿔야할 것 같다.
현재 도는 흉흉한 소문에 의하면 트레이더 조는 다음 주 이후로 물건이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해서 문을 닫는다고 하는데, 악성 루머이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헛헛하고 황망한 마음에 비건 모찌 아이스크림과 알콜이 들어간 하드 콤부차 두 명을 집어 왔다. 한 일은 많이 없지만 정신없이 너무 바빴던, 불확실성이라는게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체감한 한 주를 애써 조용하고 차분하게 마무리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