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바로 맞춤 셔츠였다. 그 이유는 드라이크리닝 비용 아끼기라는 간단하지만 핑크택스로 짜증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면 상으로 다름을 찾기는 어렵지만 여성과 남성 셔츠는 단추 방향이 다르다. 남자는 오른쪽, 여자는 왼쪽이다.
이 사소한 차이가 불러오는 관리 비용은 생각보다 크다. 클라이언트를 잡기 위한 셔츠 드라이크리닝 프로모션 속속들이를 찾아보면 전부 오른쪽 방향으로 단추가 달린 옷들만 가능하다. 남성 셔츠를 사서 수선하기에는 미국 사이즈가 너무 커서 맞춤 셔츠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인건비가 비쌀 뿐더러 손으로 하는 것은 도저히 퀄리티가 만족스럽지 않은 미국에서 맞출 수는 없는 노릇.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하는 동안 블로그, 인스타그램 검색을 많이 하면서 찾은 집이 있긴 했다. 하지만 코로나 단계가 점점 올라가니 대중교통으로 너무 오래 가야 하는 곳이라 망설여졌다. 그래서 도보 30분 거리에 찾은 곳이 바로 선릉역 테일러 마고이다. 여성 재단사들만 있다는 후기를 보고 단번에 마음을 먹었다.
핸드폰으로 꾸밈없이 찍은 사진이다. 한국 블로거들은 공간이 실물보다 커보이게 잘 찍던데 어떻게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테일로 마고는 작은 공간이지만 테일러 샘플도 있고 완성된 맞춤 정장들이 빼곡하지만 잘 정리되어 있어서 숨막히지는 않았다.
셔츠 카라 샘플이 있어서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맞춤 셔츠 4장에 17만원이고 여성 정장은 39만원부터 시작한다.
내가 주문한 것은 남성 셔츠와 동일하게 단추가 오른쪽으로 재단된 맞춤 셔츠 두 장과 블라우스 (추가 2만원만 내면 된다) 두 장이다. 제작에는 2주 걸린다고 하니 크리스마스 전에는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기성복을 수선한 적은 있어도 맞춤 옷은 처음이라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한다.
주소 & 길찾기
미국에서 잘 먹지 못하는 한식 위주로 매 끼를 구성하고 있다. 흔히 빨간 고기(red meat)라고 불리는 소고기와 돼지 고기 섭취를 계속 줄이고 있었는데 서울 한달살기에서는 느슨해지기로 했다.
차돌삼합으로 유명한 진대감에서 저녁을 먹었다. 논현 본점으로 가고 싶었지만 일요일에는 휴일이라 근처 삼성점으로 갔다.
기본찬의 모습이다.
차돌삼합 2인분을 시켰는데 양이 많지 않은 성인 여자도 혼자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많지 않았다. 하지만 차돌은 아주 맛있었고 구워서 서비스 해주는 것은 마음에 들었다.
맛은 있지만 가성비가 낮은 차돌삼합 뒤에는 날치알 볶음밥을 시켰다. 이것도 직접 불판에 볶아줘서 좋았고 정말 맛있었다. 하지만 무례한 서비스에 실망해서 추가 주문은 하지 않았다.
주소 & 길찾기:
차돌삼합과 날치알 볶음밥으로 웬지 아쉬운 창자에 냉면을 먹기로 했다. 보스턴에서 한국 마트에서 산 냉면만 먹었던 탓에 쫄깃 시원했던 함흥냉면이었다. 면이 이렇게 가늘었구나.
가격: 물냉면은 9500원, 회냉면은 1만원
주소 및 길찾기:
확산되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웬지 움츠러드는 주말이라 조용하게 두 권의 책을 읽었다.
1. 이대로 괜찮습니다
- 사람은 상대에게 특정한 역할을 기대합니다. 그 기대가 서로 잘 맞으면 관계가 좋아지지만 맞지 않으면 '괴리'가 생겨 인간곤계가 어려워지죠.
- 상대가 원하는 역할 기대에 얼마나 부응할 수 있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일은 아주 중요합니다. 앞으로는 '모조건 해야 한다' 고 생각하지 말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는 어떤 것인지, 혹은 자신이 '원하는' 선은 어디까지인지 고민해보세요.
2.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김하나, 황선우
주거에 대한 고민의 깊이가 달라졌기 때문에 더 몰입해서 읽었다. 조립식 가족에 대한 저자들의 생각을 엿보는 것도 좋았지만 몸과 마음이 온전히 쉬기 위해서는 내 이름으로 된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인생에서 가장 큰 소비를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