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구입한 극세사 패드와 이불에서 계속 묻어나오는 먼지를 제거하고자 이른 아침부터 빨래를 시작했다. 이제 서울도 대형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는 빨래방이 많아져서 편리해졌다.
늘어난 빨래방은 젊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같이 빨래하면서 노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생소했는데 조선 시대에도 빨래터가 만남의 장소였다는 것을 생각하니 이해가 되었다. 직접 빨래를 하지 않아도 되니 그 때보다 온전히 대화에 집중할 수 있겠지.
점심은 고모 집에서. 고모가 사당동으로 이사가신지 몇 년이 되었는데도 지금껏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최근 주거 공간에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읽어서 그런지 더 관심있게 보게 되더라. 고모 집은 아무리 작은 물건이라도 소중히 여기고 잘 관리하는 고모의 모습을 오롯하게 볼 수 있었다. 내 공간은 남들에게 어떤 인상을 줄까?
어제 주문했던 휠라 운동화가 하루 만에 도착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잠잠해지지 않으니 얼른 가서 픽업했다. 이상하게 미국 매장에서 보던 운동화들보다 한국 매장에서 보는 운동화들이 더 예뻐 보인다. 한국인들 취향을 반영하는 바잉을 더 잘 해서 그런 것이겠지.
닭발을 먹은 적이 없는데 <맛잇는 녀석들> 에서 너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검색을 통해서 이들이 왔다가 갔다고 하는 신당동 원조 남원 닭발에서 뼈없는 닭발과 돼지 껍데기 반반을 픽업했다. 가격은 1만 5천원.
주문이 들어가자마자 미리 준비한 재료에 양념을 넣고 불에 익힌 볶음 요리는 쿠킹 호일에 둘둘 말면 픽업 준비 완료이다. 기다릴 장소가 마련되어 있지는 않지만 사람이 없어서 10분 만에 픽업할 수 있었다. 날씨 추운 겨울에 사람이 많다면 길가에서 조금 추울 수 있으니 따뜻하게 입고 가는게 필요하겠다.
뼈없는 닭발은 생각보다 더 맛있었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한 숟가락 남은 것은 내일 햇반 넣고 비벼 먹어야겠다.
하람의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세요?>
- 보고 싶은 마음은 늘 예고 없이 온다.
- 문득 '이건 복선일 거야' 라는 실감이 드는 순간이 있다. 자초지종 없이 찾아오는 그 오묘한 순간을 좋아한다.
- 버리는 연습은 곧 소중한 것을 남기는 연습임을, 짐이 적은 여행 가방과 간소히 정돈된 삶 속에서 느낀다. 나를 이루는 마음, 나를 둘러산 공간과 관계가 불필요한 장식 없이 단촐하면 좋겠다.
- 누군가와 함께일 때, 신경 쓰이지 않는 정적을 경험하기란 쉽지 않다. 침묵은 어렵다. 반면 마주 앉은 사람이 내게 얼마나 편안한 사람인지는 끊어진 대화 사이의 공백으로 가늠할 수 잇다.
- 한 해 끝의 분주함을 좋아한다. 열두 달 만에 다시 '처음'을 기대하는 밤. 뭐든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새삼 마음을 다잡는 밤. 아무래도 364일간 쓰고 남은 비장함이 12월 31일에 모여 나를 기다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