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버킷 리스트/나누는 감사일기

나누는 감사일기 6/23/2021

보스턴돌체씨 2021. 6. 23. 06:04

143번째 감사일기

하나. 운동을 꾸준히 하다보니 작은 시간의 힘을 점차 믿게 된다. 예를 들면, 하루에 고작 3분하는 허벅지 운동으로 허벅지가 느리지만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 뿐인가. 작년에는 3초도 하지 못했던 플랭크를 이제는 1분 5초씩 흔들림없이 하게 되었다. 

 

힘들었던 코로나 시국에서 깨닫게 된 것 중 하나는 바로 홈트. 헬스장에 가지 않으면 운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금까지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홈트가 너무 좋아서 이사가게 되면 mirror 사야겠다. 

 

둘. 음식도 아닌데 냉장고 안에서 놀고 있는 제이드 페이스 롤러를 목 마시지에 사용해야겠다. 이미 생긴 목주름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미래의 목주름 속도를 완화시킬 매일 3분의 힘을 믿어보자. 

 

https://youtu.be/thVwF9JH7H4


셋.  미국은 재미없는 천국이고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라는 출처 없는 말인데 계속 귀에 남는다.  지금하고 있는 일을 한국에서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반대로 지금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다 여기로 오면 얼마나 좋을까. 왜 나는 항상 배산임수 전략으로 올인하는 환경을 만들까. 

 

업무 끝낸 저녁 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콱 막히면서 눈이 시큰거린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배부른 소리이고 꼴 사납겠지. 아침형/목표형 인간인데 아침마다 슬프고 우울해서 목표를 세우지 못하겠다. 그래서 요즘 루틴에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과 영국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한 번 떠나면 다시 가지 못 한다. 일본은 그나마 가까워서 몇 번 놀러갔지만 영국은 졸업하고 지금까지 가지 못했다. 그것보다도 더 먼 보스턴은 떠나고 나면 정말 오기 쉽지 않다. 그래서 나의 선택에 더욱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마지막 노력의 일환으로 집을 사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매일 은행 빚을 갚는 상황에 놓이면 이런 마음이 없어질까. 새 집, 온전한 내 공간에 있으면 이런 마음이 사라질까. 그걸 알기 위해 매일 몸과 마음의 기록을 남겨본다. 

 

넷. '인생의 절반에 해당하는 시간을 3대륙 4 나라에서 공부/일(인턴쉽 포함) 하고 살았는데 지금 내 hunch를 이렇게까지 스스로 괴로워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여기서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내가 문제이다.

  • 유창하지만 '남의 언어' 를 하고 있는 상황은 불편한 속옷을 입고 있는 기분이다. 남들은 전혀 알지 못하지만 그냥 내 스스로가 불편한. 
  • 누군가를 care 하고 나도 care 받으면서 소소한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고 싶은 욕구가 존재한다. 하지만 특정 인종(racial group)에게만 이성적인 호기심을 느끼는 것이 허들이다. 조심스럽게 이 이야기를 털어 놓으면 십중팔구는 내가 오픈 마인드를 갖지 않는다고 비난 아닌 힐난을 한다.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는 조언이겠지만 나름대로 상대방을 믿기 때문에 털어놓은 나에게는 내색하진 않지만 상처가 된다. 남은 인생 40년을 이렇게 계속 보내고 싶지가 않다. 사실 이것은 한국 이외의 아시아 국가만 가더라도 쉽게 풀릴 문제인데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는 힘들다. 
  • 막상 한국어만 하는 곳으로 돌아가면 영어를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날 것 같긴 하다. 월경처럼 주기적으로 불쑥 불쑥 영어로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하면 좋을까? 지난 10년간 인풋한 영어를 끌어와서 사용하면서 일할 곳이 있을까? 

다섯. 놀라운 사내 전체 이메일을 받았다. 빠르면 8월 초부터 주 2회 재택 근무 제도가 도입된다고 한다. '특전' 이라는 말을 콕 박긴 했으나 부서 특성상 모든 사람들에게 재택 근무가 주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Karen과 Amy가 공식적으로 말할 때까지 기다려야겠지만 연말 서울 일정에는 긍정적인 일이라 내심 기대가 된다. 지금 휴가를 차곡차곡 모으는 중이라 상관이 없긴 하지만 중간에 이메일 확인 안하고 업무 진행을 안 할 성격이 못 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재택 옵션이 주어지면 재택+ 휴가 포맷으로 2021년을 서울에서 한층 편한 마음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 이사하고 settle down 하면 연말 서울 네트워킹 전략을 찬찬히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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