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버킷 리스트/우공이산 프로젝트

절제된 아름다움을 탄탄한 커리큘럼으로 배우는 오하라류 이케바나 입문 (1)-(4)

보스턴돌체씨 2019. 12. 1. 10:39

제각각 컬러와 곡선으로 아름다운 꽃들을 조화롭게 어레인지 하는 것은 인위적이지만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영국 스타일, 프렌치 스타일 등 상품성(디자인)과 작품성에 각각 다른게 비중을 두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자연을 표현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서로 표현하고자 하는 자연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스타일 차이가 크게 나는 것 같다.

꽃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유러피안 스타일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센터피스나 꽃다발 등이 다양한 소재로 빽빽하게 채우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반면, 이케바나는 식물을 구성하는 공간이 정해져 있고 그 곳에 절제된 종류의 식물과 여백으로 채우고자 하는 것 같다. 

뉴욕만 해도 트렌디한 스타일을 배울 수 있는 플라워 스쿨이 너무 많은데 보스턴은 그런 곳이 없어서 너무 아쉽다. 이런 아쉬움이 가시지 않은 무렵 동료 빅토리아가 이케바나 수업을 같이 들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미국에서 일본인한테 이케바나를 배울 수 있는게 좀처럼 쉽게 오는 기회는 아닌 것 같아서 냉큼 따라간 것이 9월이었다. 

일본식 꽃꽂이인 이케바나는 불교와 함께 발전했고, 많은 유파(학교) 중 가장 크고 유명한 세 곳이 오하라류, 소게츠류, 이케보노류이다. 당연히 우열을 따질 수가 없지만 오하라류가 글로벌 브랜딩 면에서는 선발자 우위 (first mover advantage) 를 갖고 있는 느낌이다. 일본 외 많은 나라에서 교실을 운영하고 있고 심지어 내가 사는 메사추세츠 주에도 3개의 공인 교실이 있기 때문이다. 

원데이 클래스처럼 꽃 만지면서 힐링하고 싶어서 갔는데, 막상 이것저것 생각할 것이 많았던 일본식에 큰 흥미를 느끼게 되어서 꾸준히 과정을 듣기로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했다. 기왕 시간 들여서 하는 만큼 준교수 과정까지 가는 것이 목표이다. 

수업에 도착하면 선생님이 그 날 사용할 재료의 이름을 알려준 후, 어떤 것을 subject 로 할 지 object로 할 지 지정해준다. 그 후에는 약 30-40분에 걸쳐서 재료를 손질하고 공식을 생각하면서 꽂기 시작한다. 다 끝나면 선생님과 함께 감상, 피드백을 받으면서 수정하여 최종 작품으로 만든다. 

초등과 타테루 가타치 네 번째 시간: 

 

 

선생님 피드백으로 완성한 최종 작품. 

선생님 피드백으로 완성된 최종 작품을 보면 확실하게 안정감이 돋보인다. 레드, 그린, 화이트의 색감으로 연말 느낌이 물씬해서 개인적으로는 프린세스 화병에 꽂는 것이 더 예뻐보이긴 했다. 워낙 단순한 재료로 하다보니 화기가 달려져도 느낌 차이가 확 느껴지는 것도 특징인 것 같다. 

 

내가 만든 디자인. 전반적인 구도는 비슷하지만 꽃들이 전반적으로 높아서 안정감이 덜하다. 

 

오하라류 커리큘럼은 다음처럼 이루어져 있고, 초등과 부터 준교수 까지 가는데 2-3년 걸린다고 한다. 

  • 초등과: 8 단위 
  • 본과: 16 단위 
  • 사범과: 1기 16 단위
  • 사범과: 2기 16 단위
  • 준교수: 16단위 (이 과정이 끝나면 오하라류를 정식으로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 교수자 연구: 3기 48 단위
  • 교수자 연구: 4기 48 단위

 

무엇이든지 규격화, 제도화 하는 것을 무척이나 잘하는 일본답게 방식, 형태, 그리고 정신(예법)까지 아주 체계적인 커리큘럼으로 만들어 놓았다. 중국도 한국도 나름대로 스타일이 있지만 이렇게 철저하게 해두니 동양식 플라워 어레인지먼트= 이케바나 라는 공식 아닌 공식이 서양인들 머리에 잡힐 수 밖에 없다. 정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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