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 /지구별 사파리

코로나 시대의 일과 삶: 서울 한달살기 #21 (feat O 언니와 따뜻한 시간)

보스턴돌체씨 2020. 12. 18. 10:29

코로바 바이러스로 서울 한달살기를 시작하면서 세운 다섯가지 목표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소중한 인연들과 다시 연락하고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불공평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누구나 똑같이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시간'이다. 미국 가기 전까지는 시간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낭비하는 일이 많았다.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관계들을 유지하느라, 나 자신을 믿지 못하고 기댈 사람(혹은 사물)을 찾느라, 내면의 평정보다는 외면의 아름다움을 쫓는 등 나열하기 시작하면 너무 많다. 굳이 따지자면 별로 다르지 않은 흔한 20대를 보낸 것이었다. 

 

이렇게 큰 생각하지 않고 살았던 것을 감안했을 때 너무 소중한 인연들을 많이 만났다. 내면의 아픔으로 인해 아주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고 내 생각과 감정을 나누지 않는 프라이빗(private)한 것도 너그러이 이해한 사람들이 있다. 

 

O 언니는 압구정동에 있던 미국 유학 입시 학원 (이름이 뭐였을까?)에서 처음 만났다. 언니와 내가 둘 다 유학하고 들어와서도 간간히 연락이 닿았다. 미국 가기 전 서래 마을 와인바에서 와인 두 병 넘게 마시면서 언니와 참 많은 이야기를 했고 그동안 기회가 많았음에도 언니를 잘 알지 못한 시간을 보낸 것에 오랫동안 후회만 했다. 하지만 그대로 떠나보내기에는 너무 아쉬워서 용기를 내서 다시 연락했고 O언니는 언제나처럼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통화하면서 중간 중간 울기도 하고 내 이야기만 했는데도 들어주고 조언을 해준 O언니가 너무 고맙다.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정작 조언이 필요할 때는 다들 책임을 지기 싫어서 외면하지 않았던가.

 

내가 좀 더 시간의가치를 빨리 알았다면, O언니의 시간에 나도 한 부분이 될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순간 순간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하는게 집중해야겠다. 


동네 음악가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이내의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 를 읽었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고민하는 아티스트의 글은 참 오랫만에 읽는다. 

 

  • 부족함은 상상력이 될 수도 있고, 불편함은 재미가 될 수도 있다고 나는 믿는다. 

업계에 있었을 때는 곧이 곧대로 볼 수 없었던 것들이 이제는 보이기 시작한다. 내 스스로가 찾는 마음의 평화가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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