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 /지구별 사파리

코로나 시대의 일과 삶: 서울 한달살기 #51 (feat 대체불가능한 존재들)

보스턴돌체씨 2021. 1. 18. 09:59

이제 3주 뒤 주말에 보스턴으로 떠난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주말라 소중한 사람들과 종일 알차게 시간을 보낸 하루이다.

 

오전에는 OJ와 함께 음료 픽업해서 선정릉을 한 바퀴 돌았다. 장갑을 끼지 않아서 음료컵을 잡은 손은 추웠지만 운동도 하면서 대화를 하니 참 좋았다. 커리어 욕심이 있고 온전히 정신을 쏟을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동성 친구가 몇 명 남지 않았는데 OJ와 잠시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점심에는 사촌 동생들이 부천에서 사천에서 놀러왔다. 모두에게 소중한 주말을 나를 만나기 위해 할애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나가서 사먹을까 하다가 강남역 정돈에서 배달이 되었던 것이 기억나서 주문했다. 협소한 공간임이라 옹기종기 앉아야 했는데도 큰 불편함 보이지 않고 맛있게 먹어줘서 더욱 고마웠다. 

 

저녁에는 2주간 합숙에서 나온 J가 왔다. 아젠다 없고 두서 없는 대화를 해도 이해가 가능한 친구가 있어서 참 좋다.

전반적으로 (특히 커리어 부분에서) 만족하고 있는 보스턴 생활이지만 가족을 비롯하여 이런 친구들의 존재가 부재하고 있다는 것은 힘들다. 코로나 바이러스 전에는 시간적 여유 없이 빡빡한 생활을 정신없어서 잊어버릴 수 있었는데... 지난 일 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남은 40년을 더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서 어느 정도까지 trade off 를 감내 해야할까? 


김혼비 <아무튼, 술> 

 

  •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일 위해 오늘도 마신다. 
  • 혀의 감각이 쑥쑥 커지는 속도를 현실이 쫒아가지 못할 미래의 문제였다. 이미 웬만한 와인에는 예전처럼 만족하지 못하는 혀를, 만족의 허들이 높아져갈 혀를, 내가 앞으로 계속 감당할 수 있을까? 
  • 그동안 돈이 많이 나가는 취미를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던 데다가, 취향이라는 것은 경험, 사유, 지식, 능력, 근육량과 함께 확장하 할수록 좋은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던 나에게는 새로운 종류의 고민이었다. 따져봐야 할 것들이 많았다. 이 취향의 세계에서 지속적 만족을 얻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지속적 만족이 불가능하면 그 반작용으로 생길 지속적 결핌감에 대처할 수 있는가. 취향 확장비 (혹은 유지비)를 나의 노동력과 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는가. 취향 확장빌 얻을 수 있는 다른 것들과 비교했을 때,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게 확실한가.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너는 취향의 확장을 감당할 깜냥이 되는가! 
  • 불편한 진실이지만, 대게의 취향은 돈을 먹고 자란다. 
  • 살면서 그런 축소와 확장의 갈림길에 몇 번이고 놓이다 보니, 축소가 꼭 혹장의 반대말만은 아닌 경우들을 종종 보게 되었다. 떄로는 한 세계의 축소가 다른 세계의 확장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축소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확장으로 돌발적으로 벌어지기도 한다. 
  • 세상은 우리에게 세계를 확장하라고, 기꺼이 모험에 몸을 던지라고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지만 감당의 몫은 책임져주지는 않으니까. 감당의 깜냥은 각자 다르니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