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의 1/4에 해당하는 시기를 한국에서 보냈다. 보스턴으로 나온 후로 이렇게 긴 시간을 서울에서 보낸 것은 처음이다. 9년동안 너무 많이 바뀐 서울 생활이 처음에는 낯설고 힘들었지만 금방 적응했다. 이게 바로 모국어의 힘이다.
시차 계산하지 않고 가족들에게 바로 전화 걸 수 있다는 것, 원한다면 바로 가서 만날 수 있다는 것 등 가족들과 가까이 산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하고 좋은 일인지 아주 크게 깨닫게 되었다.
내가 미국에 올 때만 하더라도 꼭 한번 일하고 싶었던 대단한 곳에 '입성'하는 느낌으로 우쭐했는데 이제는 예전의 그 위상이 아니다. 특히 팬더믹 이후에는 보스턴에 사는 장점을 찾으려고 일부러 노력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보스턴이 싫어져서 당장 서울로 돌아가지는 못하지만 더 좋은 포지션으로 아시아 도시 (도쿄, 방콕, 싱가포르, 홍콩, 쿠알라룸푸르)나 한국 가는 시간이 줄어드는 캘리포니아로 리로케이션 하고 싶다.
지금 현재 업무, 연봉과 리스펙트를 다 갖고 서울에서 일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연봉은 조금 줄어도 괜찮지만 중년 여성으로 진입하는 만큼 (아직)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한국 조직 문화에서도 지금처럼 존중 받으면서 일할 수 있었으면...
긴 비행을 앞두고는 속이 편한 수프나 죽 위주로 먹는 편이다. 그리하여 서울의 마지막 식사는 진전복 삼계탕 논현 본점에서 전복죽. 점심이 미처 다 소화되지 못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었다. 꼭 다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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