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버킷 리스트/나누는 감사일기

나누는 감사일기 6/10/2021

보스턴돌체씨 2021. 6. 11. 02:03

130번째 감사일기

하나. 마음의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여전히 고민되는 순간들이 계속 찾아오고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인가 하는 후회의 감정들이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을만큼 내 스스로가 강해졌다. 비틀거릴 수는 있지만 쓰러지지 않는다. 나의 스토리는 온전히 내 것이며 결코 초라하지 않다.

둘. 문득 떠오른 기억이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만들었던 정기적인 모임들은 내가 떠남으로써 다 와해되었다. 주인공이라고 생각한 적도, 되려고 한 적도 한 번도 없지만 실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데 스스로 생각한 것보다 더 큰 역할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내 존재와 내 목소리의 영향력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강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셋.애플뮤직 입문 4일차. 음악 추천 주고 받는 것도 너무 쉽고 음질도 생각보다 좋아서 너무 만족한다. 시작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한 번 써보니 계속 쓰게 될 것 같다.

넷. 나라 사랑이 지극해서 드는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서울만큼 인프라가 괜찮은 대도시면서 한국보다 진보적인 분위기의 도시가 몇 개나 있을까? 떠나올 때는 몰랐는데 지금 돌아보니 한국을 떠나서 해외 살 이유가 점점 부족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부쩍 더 많이 든다. 물론, 서울이 아닌 곳에 살거나 여성들에게 불평등한 곳이라서 떠나오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최근 미국의 아시안 혐오를 생각해보면 상쇄되는 것 같다. 마이노리티 동양인으로 살면서 여성이라는 점은 이중 혐오 대상에 걸리는 것으로 요즘 인종 혐오 범죄의 주요 타켓층이다. 달리 생각해보자면 헛소리 듣는게 지나가던 행인으로부터 칼 찔린다거나 구타를 당할 수도 있는 공포보다는 낫지 않은가? 

 

하지만 지난 10년의 시간들을 헛되이 보낸 것은 아니다. 거리를 두고 한국을 직시하고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음에 감사하다. 

 

다섯. 지난 며칠동안 부족했던 수면 양을 중간 중간 침대에서 눈 감고 쉬는 것으로 채울 수 있었다. 재택 근무의 큰 장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