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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 특전으로 하루 먼저 관람한 보스턴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 특별전 <Boston's Apollo>

보스턴돌체씨 2020. 2. 17. 07:38

많은 미술관이 그렇듯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도 전시 공식 오픈 하루 전 날 미술관 멤버들을 위한 특별 오프닝 행사를 갖는다. 특별전을 조금 느긋하게 하루 먼저 볼 수 있고 주로 작가/큐레이터와의 짧은 대화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의 유언으로 인해 많은 제한을 갖고 있는 이 미술관은 정말 창조적인 방법으로 특별전을 기획한다.전직 큐레이터의 시점에서 보자면 참 노고가 느껴지는 짠한 곳이다. 

 

이번 <Boston's Apollo>은 보스턴 사람들이 진짜 좋아하는 존 싱어 사전트의 인체 드로잉이다. 보스턴 미술관 (MFA Boston) 벽화를 위한 사전트의 드로잉보다는 그 드로잉 모델에게 조명을 맞춘 조금 색다른 기획이었다. 

드로잉의 주인공은 바로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났지만 보스턴에서 목수로 일했던 흑인 토마스 맥켈러이다. 보스턴으로 이주 후에는 록스버리(Roxbury)에서 죽는 날까지 살았다고 한다. 

 

사전트와 맥컬러가 살았던 시대의 보스턴은 남부처럼 흑인 노예 제도는 없었지만 인종 차별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이런 시대적, 사회적 풍조에서 사회 상류층을 위한 화가로 명성을 날린 사전트가 흑인 모델을 사용한 것이다. 이 사실은 3년 동안 리서치를 통해서 알아냈고, 아직도 그의 후손이 록스버리에 살고 있다고 한다. 

 

당대에도 후대에도 많은 사람을 받는 사전트가 사용한 모델이 흑인 아니라 백인이었다면? 아마 이름도 남아있고 기록도 남아있지 않았을까. 

사진이 남아있지 않아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맥켈러의 신체는 완벽한 고대 그리스 조각의 몸을 하고 있다. 

맥켈러가 모델이 되었던 보스턴 미술관의 사전트 벽화이다. 왼 쪽 중간에 지구를 드는 헤라클레스가 있는데, 그 모델이 바로 맥켈러이다. 단, 얼굴은 백인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보스턴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작은 규모지만 인종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 준 알찬 전시이다.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라고 생각되는 실내 정원은 낮에 보나 밤에 보나 참 아름답다. 

가드너 미술관의 창조적인 공간 사용이 가장 느껴지는 곳이 바로 미술관 정문 외벽이다. 지금 전시된 작업은 Lorraine O’Grady 의 1991년 사진 몽타쥬 작품을 사이즈에 맞게 다시 제작한 2020년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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