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미국 생활

지극히 주관적인, 팟캐스트 추천 4: Up First, How I Built This, After Hours, 아메리카노2020

보스턴돌체씨 2020. 2. 16. 01:50

청취 목적도 다르고 개인 취향도 많이 타는 것이라 추천에 앞서 내가 좋아하는 팟캐스트 기준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 런닝 타임은 15분-30분 내외로 짧게
  •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메시지는 세 개 이내로 잘 정리되어 있을 것  
  • 스피커들에게 적시적소에 좋은 질문을 하면서 진행을 도와주는 호스트(host)의 존재가 있을 것
  • 하하호호 즐거운 사랑방 스타일보다는 조금 건조하더라도 프로페셔널한 스피커들이 나올 것 

이 조건을 다 부합해서 에피소드를 빼놓지 않고 꼬박 꼬박 챙겨듣는 팟캐스트 네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Up First:

미국 공영 라디오 (NPR)에서 월-토 운영하는 뉴스 팟캐스트이다. 15분 내외의 짧은 런닝 타임동안 딱 세 가지 주요한 뉴스만 뽑아서 알려준다. 주로 미국 국내 뉴스 2개, 해외 뉴스 1개를 소개하는 포맷이다.

 

공영 라디오 뉴스 프로그램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분들이 번갈아 가면서 진행을 맡고 있어서 물 흐르듯이 원활하다.  매일 6시 반에 기상해도 침대 안에서 30분 정도 꼼지락 밍기적하는 시간에 듣고 있다. 

 

How I Built This:

잘 알려진 브랜드 창업자를 초대해서 그들이 어떻게, 왜 브랜드(회사)를 만들었고 무슨 방식으로 키웠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비지니스 팟캐스트이다. 런닝 타임은 평균 60분내외 인데 호스트인 가이 라즈(Guy Raz)가 워낙 좋은 질문을 많이 하고 진행을 잘해서 항상 45분 정도로 느껴진다. 

 

1975년 생인 가이 라즈는 종군 기자 출신으로 NPR에서 팟캐스트 전문 호스트/공동 제작자이다. 2018년 뉴욕 타임즈는 그를 "역사상 가장 인기 많은 팟캐스터" 라며 특집 기사를 낼 정도로 미국에서는 아주 인기가 많다. 

 

After Hours: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의 팟캐스트로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 교수 세 명이 나와서 비지니스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30분 내외로 나누는 일반 문화 팟캐스트이다. 하버드 경영 대학원에서 브랜드 전략을 가르치는 한국계 문영미 교수가 호스트 역할을 하면서 늘어지지 않고 효율적으로 대화를 이끌어 간다. 

 

재미 교포 2세인 문영미 교수는 애틀란타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아주 잠깐 학창 시절을 보내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왔다고 한다. 네이티브 스피커들 중에서도 이 분은 정말 일학군계로 세련된 영어를 구사한다. 

 

30분 내외의 시간에 토픽은 두 개 정도로 정해져 있어서 깊이 있는 대화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모아놓고 가르치는 이들이 주목하는 키워드와 트렌드는 무엇인지 금방 파악할 수 있는 컨닝 페이퍼(cheat sheet) 라고 생각한다. 또, 에피소드 끝무렵에는 책, 영화, 넷플릭스, 스마트폰 어플 등을 추천도 해주는데, 이 시대 지성인들은 어떤 것에 흥미를 갖고 관심 있어 하는지도 알 수 있어서 참 좋다. 

 

아메리카노 2020:

가장 최근에 시작한 팟캐스트로 올해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을 위한 (미국) 정치 팟캐스트이다. 사 년 전 미국 대선 때 아무 것도 몰라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알아 듣지도 못하고 바보처럼 멍하니 있었던 기억으로 이번에는 단단히 워밍업을 하기로 했다. 

 

런닝 타임은 평균 45분 정도이나 에피소드 당 한 가지 토픽 집중 공략하는 포맷이 아주 마음에 든다. 호스트(남편)는 뉴스 페퍼민트 편집장이고 스피커(부인)는 뉴욕 대학교에서 미국 정치학을 가르치는 유혜영 교수이다. 

 

부부가 제작 진행을 하는 팟캐스트라 하하호호 하는 사랑방 스타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것은 기우였다. 미국 정치학을 미국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가 너무 전문적으로 빠지지 않도록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호스트의 강약/완급 조절로 탄탄한 고급 정보를 나눠 준다. 

 

대선 열기가 뜨거워지고 슬슬 정치 얘기가 회의 시간에 나오기 시작할 때쯤이면 나도 아는 척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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