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 /지구별 사파리

코로나 시대의 일과 삶: 서울 한달살기 #12 (feat 대치동 여수 동촌 새조개 샤브샤브)

보스턴돌체씨 2020. 12. 7. 11:31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8일까지 3주간 2.5단계로 올라갔다. 노래방, 유흥주점, 목욕탕, 실내체육시설이 모두 문을 닫고, 종교 활동도 비대면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개인주의를 강조하는 미국과는 너무나도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대응 조치가 확연하게 느껴진다.

 

미국 외노자에게는 중요한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졌다. 그동안 달러가 계속 높다가 서울 한달살기를 시작하니 계속 내려가서 마음이 좀 쓰리긴 하지만 이건 내가 조절할 수 없는 부분이므로 그냥 let it go 해야지. 

오늘 피부 질환으로 내원했는데 진료비가 6700원 밖에 안해서 새삼스럽게 놀랐다. 조기 은퇴해서 얼른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커져만 간다. 

 

어제 맡겨둔 빈티지 베르사체 자켓을 찾아왔다. 디자인과 패브릭은 마음에 들었는데 한껏 치솟은 어깨 패드가 부담스러워서 빼달라고 맡겨둔 것이었다. 미국에서도 가능한 작업이긴 한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이 비싸서 계속 하지 못하던 것이라 이 김에 할 수 있어서 속이 시원하다. 이제 가서 잘 입어야지. 수선 비용은 미국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6000원. 


미국은 '재미없는 천국',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다. 서울과 흠뻑 (다시) 연애 중이라 매일이 새롭고 너무 좋기만 하다. 

 

대치동 맛집이라는 남도 한정식 여수 동촌을 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높아져서 걱정이 되었지만, 서울 한달살기 동안 단계가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해서 그냥 갔다. 평일 저녁이라 다행이도 한산해서 조금 안심은 되었다. 

기본 찬의 모습이다. 모듬전 대신 굴, 오징어 숙회, 전복이 나왔다. 여린 배춧잎에 갈치젓갈을 싸먹는 거도 별미엿다. 

주문한 것은 바로 이 기간에만 먹을 수 있다는 새조개 샤브샤브. 새 부리처럼 생긴 모양으로 나온 이름이라고 한다. 

아주 맛있긴 했지만 1인분 4만원이라는 가격으로 인해 특별한 날이 아니면 오기 힘들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다 먹고 난 후에는 죽도 먹고 라면 사리도 넣어서 먹었다. 이렇게까지 먹자 배가 너무 불러서 졸리기 시작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9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이라 영업을 끝냈다고 해서 그냥 돌아왔다. 

오늘 읽은 책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저자 중 한 명인 강하나의 에세이이다.  

  • 여행에서 싫은 점 중 하나는 생활의 디테일이 너무 떨어진다는 거다
  • 오프 모임을 제안했으며 나온 사람이 다시 나올 수 있도록 분위기를 편안하고 유머러스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왜? 내가 살겠다고 만든 모임이었으니까. 나온 사람이 계속 나와줘야 모임이 굴러가고, 그래야 내가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실연 아닌 다른 것으로 주의를 돌릴 수 있을 테니까. 신입 회원이 모임에 나오면 내가 먼저 그 사람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그 사람의 얘기를 열심히 들었으며, 모임이 잘 운영되도록 보이지 않게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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