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 /지구별 사파리

코로나 시대의 일과 삶: 서울 한달살기 #22 (feat 바르다 김선생 매운 멸추김밥 & 강남역 황해도 왕족발 보쌈)

보스턴돌체씨 2020. 12. 18. 19:32

미국 동부 눈 폭풍으로 인해 스노우 데이 (snow day)가 결정되었고 재택 중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공식적인 미팅은 취소되었다. 미팅 참가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났다가 미팅 취소 이메일을 보고 다시 잠들어서 모처럼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정상적인 시간에 아침을 시작할 수 있어서 우체국도 갔다올 수 있었다. 우체국 창구에서 미국행 선편 우편물 접수가 중지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으로 선편 소포를 이용해서 라면, 조미료, 김, 화장품, 책 등을 보낼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전면적으로 계획 수정을 해야하게 생겼다. 

 

현대 해운 드림백 서비스를 알아봤더니 인스턴트 음식, 화장품 등등 내가 보내려고 했던 물품들은 받지 않는다고 해서 옵션이 되지가 않는 것이 아쉽다. 

 

문득 김밥이 먹고 싶을 때는 쪼르륵 나가서 한 줄 사올 수 있는 곳에 있다는 것은 참으로 근사한 일이다. 여러 해 전에 인기가 참 많았던 바르다 김선생 김밥을 뒤늦게나마 먹어봤다.

 

컵라면과 함께 먹으려고 매운 멸추김밥 한 줄만 사왔는데 막상 먹고 나니까 꽤 배가 든든했다. 가격은 4700원.

미국에서도 종종 생각나던 족발을 강남역 맛집 황해도 왕족발에서 드디어 먹었다. 금요일 저녁에는 인산인해인 곳인데 썰렁하게 비어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생소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입에 넣으면 녹아버리는 족발의 모습이다. 족발 중(中) 가격은 3만 4천 원. 방문 포장일 경우에는 2천원 할인된다. 

순대국 또한 유명하다고 해서 시켰는데 정말 맛있었다. 진짜 이런 순대국을 보스턴에서도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격은 8천원이다. 

 


트위터에서 보고 찜해뒀던 김혼비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드디어 읽었다. 

  • 한 사람에게 어떤 운동 하나가 삶의 중심 어딘가에 들어온다는 것은 생각보다 커다란 일이었다. 일상의 시간표가 달라졌고 사는 옷과 신발이 달라졌고 몸의 자세가 달라졌고 마음의 자세가 달라졌고 몸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가 달라졌다. 
  • 하나의 같은 사건이 사람들에게 가닿을 때는 제각각 다른 모양의 그릇이 된다. 모양 다라 흘러 담기는 마음도 다르고 그걸 세상에 내미는 방식도 다르다. 아무것도 안 담겨서 내밀 게 없는 사람도 있다. 그걸 무시하고 몇 명이 주도해서 '사람이라면 이렇게 하는 게 당연한 도리다.' 라고 자신의 개인적 신념을 일반화시켜 타인의 도덕관렴을 자극하는 방식이 싫다. 도덕으로 색칠한 하나의 그릇을 들이밀며 다른 그릇을 내미는 사람에게 윤리적 심판을 하려 들거나 윤리적 가책을 짐 지우려는 거, 질색이다. 
  • [...] 무언가를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상상도 못하고 살아오다가 그 현실태를 눈앞에서 본 순간, '나도 하고 싶다.'를 넘어서 '내가 이걸 오랫동안 기다려 왔었구나.'를 깨닫게 될 때 어떤 감정이 밀려드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때로는 운명적인 만남은 시간을 거슬러 현재로부터 과거를 내어놓는다. 생전 처음 가보는 낯선 장소에서 오랫동안 품어 온 향수나 그리움을 느끼는 역설적인 감정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마음으로 쑥 들어와 오랜 세월 잠자고 있던 어떤 감정을 흔들어 깨우면서 일어나는 그리움. 아마도 그 감정이 깊은 잠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어 묻혀 버리기 이전의 세월에 대한 향수. 어쩌면 회한. 
  • 기울어진 축구장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에게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라는 걸 잘 알기에 모두들 최대한 모두의 일상에 축구가 들어갈 수 있도록 패스를 몰아주고 공간을 터 주고 리듬을 맞춰 준다. 여기서 우리는 한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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