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한달살기 50

코로나 시대의 일과 삶: 서울 한달살기 #17 (feat 내방역 일미옥 소고기 보신탕)

보스턴에서나 보던 함박눈이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내 기억 속의 서울은 눈이 내리기 않는 건조한 겨울이었는데, 그새 날씨도 바뀌었나 보다. 아침부터 내리던 눈은 이른 오후에 멈추었는데 보스턴과 달리 쌓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따뜻했던 주중과는 다르게 꽤나 쌀쌀해졌음을 느꼈다. 순대국 대신 저녁은 내방역 일미옥에서 소고기 보신탕으로. 적당히 맵고 적당히 뜨거운 소고기 보신탕은 오늘같이 추운 겨울 저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미국 가기 전이었다면 미국 스타일 스테이크가 생각났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저 한식만 먹고 싶다. 안에 들어있는 (소)고기는 같이 나오는 양념장에 찍어서 먹으면 된다. 가격은 8000원. 미국 살면서 식사량이 자연스럽게 늘었는지 이제 식당에서 나오는 밥 한 공기 정도는 혼자 다 먹을 ..

코로나 시대의 일과 삶: 서울 한달살기 #16 (feat 도곡동 페르에피스 할라피뇨 크로아상, 위례 루이비타 마카롱)

짧았던 아침 미팅 후에 시간이 남아서 브런치를 먹기 위해 도곡동 페르에피스를 찾았다. 분위기는 올드하지만 할라피뇨가 들어간 크로아상 샌드위치는 미국에서 먹는 것보다도 훨씬 맛있었다. 위례에서는 꽤 알려져 있다는 루이비타 마카롱. 네이버 스마트 주문을 받지 않고 주말에만 오픈한다고 하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마카롱보다도 더 일찍 품절된다는 비건 쌀식빵을 사고 싶었지만 이 날은 쌀 스콘만 판다고 해서 아쉬웠다. 마카롱: 서울우유, 돼지바, 뱅쇼무화과, 인절미, 레몬요거트, 순서울우유 가슴까지 따뜻하게 채워지는 샤브샤브를 많이 먹고 빈티지 옷도 한아름 받아서 돌아왔다. 다음 주부터는 영하권의 날씨인데 입을 옷이 많아져서 다행이다. 코로나 시국에 좀 불안하긴 했지만 너무 보고 싶었던 할머니도 만날 수 있어서 ..

코로나 시대의 일과 삶: 서울 한달살기 #15 (feat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3층 호라이즌)

친구 J를 만나기 위해 신세계 강남점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전에도 마스크를 자주 쓰고 다녔기 때문에 지금 생활에도 큰 불편함은 느끼지 못하지만 에스컬레이터로 두 번 내려가야 하는 9호선은 좀 힘들다. 오늘은 급행 열차를 타고 갈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 단계로 격상되고 8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서울 분위기는 영 좋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다소 한산한 백화점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조금 놀랐던 3층 호라이즌이다. 햄&치즈 베이글과 오므라이스를 진한 블렌딩 커피와 함께 주문했다. 40분 정도 기다리다가 들어갔기 때문에 먹느라 바빠서 찍은 사진이 없는게 조금 아쉽다. 한국에서 먹은 베이글이 미국 본토보다 더 맛있긴 했는데 베이글 자체가 가늘어서 좀 새롭긴 했다..

코로나 시대의 일과 삶: 서울 한달살기 #14 (feat 크리스마스 리스 원데이 클래스)

트레이닝 하나, 미팅 네 개가 있었던 하루. 정상적인 업무 시간에 해도 피곤했을 일정인데 새벽에 잠을 자지 않고 했더니 너무 피곤해서 간단히 먹고 쉬어가는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낮에는 정말 친하게 지냈던 예전 직장 동료와 7-8년 만에 통화를 했다. 그 사이에 제주도로 내려가서 처럼 조용하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다는 소식을 듣고 참 좋았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크리스마스 리스 원데이 클래스이다.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하면서 취소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수업 신청을 했을 때는 정말 큰 기대를 했는데 피곤하기도 하고 손가락을 크게 베이는 일도 겪고 나자 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없어졌다. 그 영향으로 대충 대충 만든 리스. 삼성동 비건이삼 베이커리에서 사왔던 ..

코로나 시대의 일과 삶: 서울 한달살기 #13 (feat 노량진 형제상회 모듬회 & 삼성동 비건이삼 베이커리)

서울 시간으로 아침 5시에 홀리데이 파티를 하고 잠들었다가 허겁지겁 일어나서 시작한 하루이다. 매년 다 어글리 스웨터를 했는데 설마 온라인으로도 할까 싶어서 아메리칸 이글에서 재미있는 크리스마스 모자를 준비했다. 나의 이런 준비성을 뿌듯해할 일이 생기길 바랬는데 어글리 스웨터 파티를 그대로 하겠다고 해서 신났던 기운이 좀 빠졌다. 아무리 늦게 잠들어도 아침 7시 30분에는 기상을 하는데 이상하게 서울에서의 시간은 손 안에 든 모래처럼 스르륵 사라진다. 돌아서면 오전 11시가 되어 있고 오후 3시가 되어 있다. 그동안 목말랐던 국문 책을 매일 한 권씩 읽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재택 근무를 처음 시작했던 3월처럼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은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루틴이 잡혀 있지 않으니 순서..

코로나 시대의 일과 삶: 서울 한달살기 #12 (feat 대치동 여수 동촌 새조개 샤브샤브)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8일까지 3주간 2.5단계로 올라갔다. 노래방, 유흥주점, 목욕탕, 실내체육시설이 모두 문을 닫고, 종교 활동도 비대면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개인주의를 강조하는 미국과는 너무나도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대응 조치가 확연하게 느껴진다. 미국 외노자에게는 중요한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졌다. 그동안 달러가 계속 높다가 서울 한달살기를 시작하니 계속 내려가서 마음이 좀 쓰리긴 하지만 이건 내가 조절할 수 없는 부분이므로 그냥 let it go 해야지. 오늘 피부 질환으로 내원했는데 진료비가 6700원 밖에 안해서 새삼스럽게 놀랐다. 조기 은퇴해서 얼른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커져만 간다. 어제 맡겨둔 빈티지 베르사체 자켓을 찾아왔다. 디자인과 패브릭은 마음에 들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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